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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hing X 클래식

[명화 x 클래식] Match.13 뵈클린 '죽음의 섬' x 라흐마니노프 '죽음의 섬': 영원한 안식과 침묵

by 아키비스트 2026.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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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x 클래식] 고요한 침묵의 세계,
뵈클린 <죽음의 섬> & 라흐마니노프 <죽음의 섬>

검푸른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기암절벽의 섬.
하얀 소복을 입은 미지의 인물이 관을 싣고 그곳으로 향합니다.
히틀러부터 프로이트까지 수많은 유명인을 매료시켰던 아놀드 뵈클린의 미스터리한 명화.
그리고 그 그림의 압도적인 분위기를 5/8박자의 음악으로 재현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산 자는 갈 수 없는, 영원한 침묵과 안식의 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 작품 정보

  • • 그림: 아놀드 뵈클린 - 죽음의 섬 (1880~1886년, 총 5가지 버전 제작)
  • • 음악: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 교향시 <죽음의 섬> Op.29 (1909년 작)
  • • 키워드: #상징주의 #죽음과안식 #노젓는소리 #5박자

1. 꿈꾸는 자를 위한 그림: 뵈클린

스위스의 상징주의 화가 아놀드 뵈클린의 대표작 <죽음의 섬>은 19세기 말 유럽을 휩쓴 베스트셀러였습니다. 당시 독일 가정에는 "성경책과 이 그림의 복제화가 하나씩은 있다"는 말이 돌 정도였죠. 아돌프 히틀러, 블라디미르 레닌,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 역사적 인물들도 이 그림의 소장자이자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이 그림의 탄생 배경은 한 미망인의 의뢰였습니다. 그녀는 남편을 잃은 슬픔을 달래며 "꿈을 꿀 수 있는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했죠. 뵈클린은 그녀를 위해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신비로운 섬을 창조했습니다. 바다 한가운데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둘러싸인 섬, 그리고 그 중앙에는 어둠을 머금은 거대한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서양에서 사이프러스는 묘지에 심는 '애도'의 나무입니다.

섬을 향해 작은 나룻배 한 척이 미끄러지듯 다가갑니다. 배에는 노를 젓는 사공과, 온몸을 흰 천으로 감싼 사람, 그리고 흰색 관이 실려 있습니다. 물결 하나 없는 고요한 바다와 무거운 하늘, 그리고 섬 안쪽의 칠흑 같은 어둠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주면서도, 동시에 모든 고통이 끝난 완전한 평온함을 느끼게 합니다.

 


2. 노 젓는 소리의 최면: 라흐마니노프

러시아의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파리에서 우연히 이 그림의 흑백 판화 복사본을 보게 됩니다. 그는 그림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정적과 신비로움에 사로잡혀 교향시 <죽음의 섬>을 작곡했습니다. (흥미롭게도 그는 나중에 그림의 원본(컬러)을 보고는 "흑백이 더 낫네. 컬러를 먼저 봤으면 작곡 안 했을지도 몰라"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그가 느낀 것은 색채가 아니라 그림 속의 '분위기'였습니다.)

음악은 매우 독특하게 5/8박자로 시작합니다. "하나-둘-셋, 하나-둘..." 하고 불규칙하게 반복되는 이 리듬은 마치 저승으로 가는 뱃사공 카론이 묵묵히 노를 젓는 소리이자, 일렁이는 검은 파도의 움직임입니다. 무겁고 어두운 첼로와 베이스가 바닥에 깔리고, 그 위로 흐느끼는 듯한 선율이 안개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곡의 클라이맥스에서는 중세의 장송곡인 '디에스 이레(Dies Irae, 진노의 날)' 멜로디가 인용되어 죽음의 공포와 심판의 날을 묘사합니다. 격렬하게 요동치던 음악은 결국 다시 차분해지고, 마지막에는 노 젓는 소리마저 멈추며 영혼이 안식의 세계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암시하는 긴 침묵으로 끝을 맺습니다.

3. 도슨트의 감상 가이드: 함께 보고 듣기

🎧 감상 포인트

Step 1. 라흐마니노프의 '죽음의 섬' 도입부를 재생하세요. (유튜브 검색: Rachmaninoff Isle of the Dead)

Step 2. 첼로와 팀파니가 만들어내는 5박자의 불규칙한 리듬에 귀 기울이며, 그림 속 '나룻배와 사공'을 보세요. 검은 물살을 가르며 천천히,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섬을 향해 다가가는 배의 움직임이 청각적으로 느껴집니다.

Step 3. 음악이 웅장하게 고조되며 관악기가 울부짖을 때, 섬 중앙의 '검은 사이프러스 숲''하얀 암벽'을 번갈아 보세요. 마치 거대한 문이 열리고 영혼을 빨아들이는 듯한 전율과,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듯한 묘한 기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명화 x 클래식] 시리즈


눈으로 보는 명화의 감동과 귀로 듣는 클래식의 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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