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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필름 아카이브

[OTT 필름] Case.01 넷플릭스 영화 어쩔수가 없다 줄거리 결말 해석: 박찬욱의 처절한 지옥도

by 아키비스트 2026.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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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tflix / CJ ENM

OTT 플랫폼의 범람 속에서 우리는 매일 무엇을 볼지 고민하며 시간을 허비합니다. 하지만 이번 주말만큼은 고민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자 이병헌, 손예진이라는 걸출한 두 배우의 만남으로 공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영화 <어쩔수가 없다>가 넷플릭스 공개 직후 단숨에 1위를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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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 ENM / Netflix

이 작품은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한 남자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늘한 블랙 코미디이자 심리 스릴러입니다. [OTT 필름 아카이브]의 첫 번째 기록은 박찬욱 감독이 설계한 이 우아하고도 처절한 지옥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Chapter 1. 평범한 악의 탄생, 생존이라는 명분

영화는 제지 회사에서 해고당한 만수(이병헌 분)의 건조한 얼굴로 시작합니다. 재취업에 실패하고 아내(손예진 분)와 두 자녀를 부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그는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원작 소설 <액스(The Axe)>처럼 경쟁자들을 하나씩 제거하기로 결심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만수의 살인이 우발적인 분노가 아닌 철저히 계획된 '업무'처럼 묘사된다는 점입니다. 그는 살인을 저지르기 위해 이력서를 분석하고 동선을 체크하며 마치 프로젝트를 수행하듯 움직입니다.

"만수는 사이코패스가 아닙니다. 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실한 가장이며 좋은 이웃입니다."

박찬욱 감독은 이 과정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개인을 어떻게 괴물로 만드는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시스템 밖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하자 그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합리화합니다. 영화의 제목은 만수의 변명이자 이 잔혹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냉소적인 은유로 작용합니다.

Chapter 2. 미장센의 마술사가 그려낸 건조한 폭력

박찬욱 감독의 전작 <헤어질 결심>이 안개처럼 스며드는 멜로였다면 <어쩔수가 없다>는 메마른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지는 핏방울 같은 영화입니다. 감독 특유의 기하학적인 구도와 색감 활용은 여전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감정을 철저히 배제한 건조한 연출이 돋보입니다. 살인 장면에서조차 배경음악을 최소화하거나 일상의 소음을 강조함으로써 폭력의 현장을 더욱 비현실적으로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묘사합니다.

특히 만수가 경쟁자를 처리하는 시퀀스에서 보여주는 엇박자의 유머는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긴박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실수들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웃음을 터뜨리게 하다가도 곧바로 섬뜩함을 느끼게 만듭니다. 아름다운 화면 속에 배치된 끔찍한 상황들은 박찬욱 감독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로테스크한 미학의 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 SCENE STEALER

▲ 영화의 서늘한 분위기를 압축한 결정적 장면들

Chapter 3. 이병헌과 손예진, 광기와 일상의 줄타기

이 영화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은 단연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이병헌은 평범한 중산층 가장의 얼굴 뒤에 숨겨진 광기를 섬세하게 조율합니다. 그는 살인을 저지르고 돌아와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며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소름 끼치는 이중성을 보여줍니다. 그의 눈빛은 흔들리는 가장의 불안함과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살기를 오가며 관객을 스크린 안으로 끌어당깁니다.

손예진의 연기 변신 또한 놀랍습니다. 그녀는 남편의 비밀을 눈치챈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태도로 극의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멜로 퀸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현실에 발을 붙인 생활 연기와 서늘한 눈빛 연기를 동시에 소화해 냅니다. 두 배우가 주고받는 대사의 텐션은 그 어떤 액션 장면보다도 강력한 서스펜스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후반부 식탁 씬에서 폭발하는 두 사람의 에너지는 이 영화의 압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Final. 닫힌 문 뒤의 우리

영화의 결말에 이르러 만수는 원하던 것을 얻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감독은 그에게 섣불리 승리의 왕관을 씌워주지 않습니다. 닫힌 문 뒤에 남겨진 그의 표정은 안도감보다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 자의 공허함에 가깝습니다. 경쟁자를 제거하면 행복해질 것이라 믿었지만 결국 남은 것은 또 다른 불안과 고립뿐이라는 사실을 영화는 차갑게 일갈합니다.

<어쩔수가 없다>는 단순히 한 남자의 범죄극이 아닙니다. 이것은 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성을 저당 잡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일지도 모릅니다.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자신의 비겁함을 합리화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주는 뒷맛이 꽤나 씁쓸할 것입니다. 킬링타임용 스릴러를 기대했다가 삶을 관통하는 묵직한 질문을 안고 가게 되는 영화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박찬욱의 영화를 기다리는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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