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or MOVIE] #72. 블루 재스민
현대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케이트 블란쳇

"블루 문(Blue Moon) 노래 알아? 가사가 기억이 안 나네."
뉴욕 상류층의 삶을 누리던 재스민. 남편의 외도와 파산으로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되어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여동생 진저의 집에 얹혀살게 됩니다. 우디 앨런 감독의 이 영화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현대적으로, 그리고 매우 냉소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블랑쉬 뒤보아가 환상 속에 숨었다면, 재스민은 명품 가방과 샤넬 재킷 속에 자신의 비참한 현실을 숨깁니다.
케이트 블란쳇은 우아함과 신경쇠약, 오만함과 자기파괴적인 면모를 동시에 가진 재스민을 완벽하게 연기하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녀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 작품 정보
- • 모티프: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 • 영화: <블루 재스민> (2013)
- • 감독: 우디 앨런
- • 출연: 케이트 블란쳇, 샐리 호킨스, 알렉 볼드윈
🎭 STAGE vs SCREEN : 혼잣말의 공포
원작의 오마주: 블랑쉬와 재스민
재스민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속 블랑쉬의 21세기 버전입니다. 몰락한 상류층, 현실 부정, 알코올 의존, 그리고 여동생의 거친 남자친구와의 갈등 구조까지 판박이입니다. 하지만 재스민은 블랑쉬보다 훨씬 더 속물적이고 계산적이며, 그래서 더 현대 사회의 병폐를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스크린의 불안: 흔들리는 동공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그 자체입니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거리를 걷는 그녀의 모습을 카메라는 롱테이크로 따라갑니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 번진 마스카라, 그리고 초점 없는 눈빛. 영화는 그녀의 내면이 붕괴되는 과정을 가감 없이 전시하며 관객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이것은 연기가 아니라 빙의에 가깝습니다.
🎬 THE SCENE : 벤치 위의 독백
영화의 엔딩. 모든 거짓말이 들통나고 다시 거리로 나앉게 된 재스민이 공원 벤치에 앉아 혼잣말을 하는 장면. "블루 문... 가사가 뭐였지?" 과거의 영광에 갇혀 미쳐버린 여자의 공허한 눈빛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잔상을 남깁니다. 욕망이라는 전차를 타고 끝까지 달린 자의 최후는 이토록 쓸쓸합니다.
"타인을 속이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