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x 클래식] Match.21 음악을 듣고 색채를 보다,
칸딘스키 <구성 7> & 바그너 <로엔그린 서곡>
"나는 바이올린 소리에서 짙은 녹색을 보았고, 트럼펫에서 강렬한 노란색을 보았다."
음악을 들으면 눈앞에 색깔이 펼쳐지는 공감각(Synesthesia)의 소유자.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를 듣고 추상화의 문을 연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
형태가 사라진 그림과 가사가 없는 음악, 그 순수한 예술의 만남을 소개합니다.

🎨 작품 정보
- • 그림: 바실리 칸딘스키 - 구성 7 (1913년 작,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소장)
- • 음악: 리하르트 바그너 - 오페라 <로엔그린> 1막 전주곡
- • 키워드: #추상미술의탄생 #공감각 #점선면 #정신적인것
1. 눈으로 듣는 교향곡: 칸딘스키
이 그림을 처음 보면 "이게 도대체 뭘 그린 거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알 수 없는 선과 도형, 얼룩덜룩한 색채들이 거대한 캔버스(가로 3m) 위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습니다. 나무도, 사람도, 집도 없습니다. 칸딘스키는 미술 역사상 최초로 '대상을 그리지 않은' 추상화가입니다.
법학 교수였던 칸딘스키가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모스크바에서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을 관람했을 때였습니다. 그는 공연을 보며 충격적인 체험을 합니다. "모든 색채가 내 눈앞에 섰다. 야성적이고 미친듯한 선들이 내 앞에 그려졌다." 그는 음악이 구체적인 형상 없이도 감동을 주듯, 미술도 사물을 그리지 않고 색과 선만으로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구성 7>은 그의 예술 철학이 집대성된 걸작입니다. 그는 색채마다 악기 소리를 대입했습니다. 노란색은 날카로운 트럼펫, 파란색은 깊은 첼로, 녹색은 평온한 바이올린... 이 그림은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화가가 붓으로 지휘하고 연주한 거대한 '색채의 교향곡'입니다.
2. 천상에서 내려오는 빛의 소리: 바그너
바그너의 <로엔그린> 1막 전주곡은 칸딘스키에게 '색채의 환영'을 보여준 바로 그 곡입니다. 이 곡은 성배(Holy Grail)가 천상에서 지상으로 천천히 내려오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곡은 아주 높은 음역의 바이올린들이 '피아니시모(아주 여리게)'로 연주하며 시작됩니다. 마치 눈부신 은빛 빛줄기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줍니다. 점차 목관악기와 금관악기가 더해지며 소리는 점점 커지고 웅장해지다가(크레센도), 절정에서 찬란한 금빛 광채를 뿜어냅니다. 그리고 다시 처음처럼 고요하게 사라집니다.
이 음악의 구조는 구체적인 이야기보다는 '색채'와 '분위기'의 변화에 집중합니다. 칸딘스키가 왜 이 음악에서 추상화의 영감을 얻었는지, 눈을 감고 들어보면 누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3. 도슨트의 감상 가이드: 함께 보고 듣기
🎧 감상 포인트
Step 1. 바그너의 '로엔그린 1막 전주곡'을 재생하세요. (유튜브 검색: Wagner Lohengrin Prelude Act 1)
Step 2. 도입부의 가늘고 높은 바이올린 소리가 들리면 그림 속 '가늘고 예리한 검은 선들'을 따라가 보세요. 소리의 진동이 시각적인 선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상상해 봅니다.
Step 3. 금관악기가 웅장하게 터져 나올 때, 그림 중앙의 '폭발하는 듯한 붉은색과 노란색 덩어리'를 응시하세요. 바그너의 음악이 가진 압도적인 에너지가 칸딘스키의 캔버스 위에서 색채의 폭발로 재현되는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명화 x 클래식] 시리즈
눈으로 보는 명화의 감동과 귀로 듣는 클래식의 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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