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x 클래식] Match.30 흑백의 캔버스에 갇힌 처절한 비명
파블로 피카소 <게르니카> &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스페인의 평화로운 작은 마을에 쏟아진 무차별적인 폭탄 비.
조국의 비극적인 소식을 듣고 붓을 들어 전쟁을 고발한 현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
같은 시대 혹독한 독재 정권의 탄압 속에서 목숨을 걸고 작곡한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색채를 잃어버린 잿빛의 그림과 억눌린 자들의 피 끓는 울부짖음을 담은 교향곡이 만나 예술이 시대의 어둠에 저항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됨을 증명합니다.

🎨 작품 정보
- • 그림: 파블로 피카소 - 게르니카 (스페인 마드리드 소피아 왕비 국립미술관 소장)
- • 음악: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 교향곡 5번
- • 감상 지점: 분해된 형태가 전하는 파괴의 고통과 숨 막히는 시대의 억압
1. 조각난 세상과 잿빛 슬픔 파블로 피카소
스페인 내전 당시 독일군은 반군을 돕기 위해 무고한 민간인 마을인 게르니카에 대대적인 폭격을 가했습니다. 파리에 머물며 이 끔찍한 소식을 접한 피카소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거대한 화폭에 참상을 기록했습니다. 그는 아름다운 색채를 모두 버리고 오직 검은색과 흰색 그리고 회색만을 사용하여 잿더미가 되어버린 마을의 절망을 표현했습니다.
피카소 특유의 입체파 기법은 폭격으로 조각나고 파괴된 세상의 모습을 더욱 날카롭게 전달합니다. 죽은 아이를 끌어안고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어머니의 모습과 부러진 칼을 쥐고 쓰러진 병사 그리고 공포에 질려 눈이 튀어나올 듯 嘶嘶거리는 말의 형상들이 화면에 어지럽게 뒤엉켜 있습니다. 캔버스 전체에 감도는 단색의 차가움과 날카로운 파편들은 그 어떤 잔혹한 사진보다 더 강렬하게 폭력의 야만성을 관람객의 뇌리에 각인시킵니다.
2. 억압 속에서 터져 나온 뼈아픈 함성 쇼스타코비치
비슷한 시기 소련에 살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 역시 스탈린의 혹독한 독재 정치 아래에서 매일 밤 숙청의 공포에 떨며 살았습니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체제에 순응하는 척하면서도 자신의 진짜 속마음과 시대의 고통을 교향곡 오번의 음표들 사이에 교묘하게 숨겨 놓았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 곡이 사회주의 체제를 찬양하는 곡이라고 환호했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억눌린 자들의 처절한 비명과 강요된 승리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담겨 있었습니다.
곡의 네 번째 악장은 행진곡 풍의 팀파니 연주와 함께 폭발할 듯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합니다. 겉으로 들으면 매우 활기차고 승리에 찬 영웅의 발걸음처럼 보이지만 끝없이 반복되는 단조로운 멜로디와 기계적인 리듬은 점차 듣는 사람을 짓누르는 듯한 숨 막히는 억압감을 줍니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웅장한 피날레를 두고 채찍질을 당하며 강제로 기뻐해야 하는 자들의 억지웃음이라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피카소가 그림 속에서 터뜨리지 못한 비명 소리를 쇼스타코비치가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소음으로 대신 지르는 듯합니다.
3. 도슨트의 감상 가이드 함께 보고 듣기
🎧 작품 감상 단계
첫 번째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 중 거침없이 몰아치는 네 번째 악장을 재생합니다.
두 번째 심장을 때리는 무거운 타악기 소리와 함께 그림 왼쪽에서 죽은 아기를 안고 절규하는 어머니의 벌어진 입을 바라봅니다. 음악의 위압적인 에너지가 무고한 이들이 겪어야 했던 참혹한 고통과 폭력의 공포를 피부에 닿을 듯 생생하게 살려냅니다.
세 번째 오케스트라가 승리에 찬 듯하지만 어딘가 강압적으로 반복되는 선율을 울려 퍼뜨릴 때 그림 중앙 위쪽에 그려진 눈동자 모양의 전등을 응시합니다. 폭력을 방관하는 잔인한 세상을 상징하는 전등 아래에서 조각난 캔버스의 파편들이 음악에 맞춰 비명을 지르며 어둠에 저항하는 예술가들의 뜨거운 외침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명화 x 클래식] 시리즈
눈으로 보는 명화의 감동과 귀로 듣는 클래식의 전율.
[명화 x 클래식] 시리즈를 아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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