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x 클래식] Match.33 은밀하고 발칙한 귀족들의 사랑놀이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그네> & 모차르트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프랑스 대혁명의 먹구름이 몰려오기 직전 가장 화려하고 사치스러웠던 귀족들의 여가 시간.
풍성한 분홍빛 드레스를 입고 발칙한 장난을 치는 여인을 그린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귀족들의 밤 파티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가볍고 경쾌한 현악 사중주를 선물한 천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도덕적 엄숙주의를 집어 던지고 오직 쾌락과 유희만을 좇았던 로코코 시대의 은밀한 정원으로 안내합니다.

🎨 작품 정보
- • 그림: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 그네 (영국 런던 월리스 컬렉션 소장)
- • 음악: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일악장
- • 감상 지점: 장밋빛 낭만 뒤에 숨겨진 로코코 시대의 향락적이고 위선적인 가벼움
1. 숲속에 감춰진 아슬아슬한 시선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십팔 세기 프랑스 궁정과 귀족 사회를 지배했던 미술 사조는 로코코였습니다. 종교적 엄숙함이나 국가적 사명감 따위는 버리고 오직 남녀 간의 사랑과 사치스러운 장식 그리고 감각적인 쾌락만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프라고나르의 그네는 이러한 로코코 예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겉보기에는 아름다운 숲속에서 장밋빛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한가롭게 그네를 타는 동화 같은 풍경이지만 그 이면에는 매우 발칙하고 에로틱한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그림 오른쪽 어둠 속에서는 여인의 늙은 남편이 그네를 밀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여인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그림 왼쪽 수풀 속에 몰래 숨어 있는 젊은 연인입니다. 남자는 넘실거리는 치맛자락 아래를 은밀하게 훔쳐보며 황홀경에 빠져 있습니다. 여인은 자신의 애인을 발견하고는 장난스럽게 분홍색 신발 한 짝을 공중으로 차올립니다. 이들의 밀회를 지켜보는 큐피드 조각상은 입술에 손가락을 얹어 비밀을 지키라는 듯 조용히 미소 짓고 있습니다. 프라고나르는 불륜이라는 부도덕한 주제마저 파스텔 톤의 화사한 색채와 연극적인 빛의 처리를 통해 유쾌하고 우아한 한 편의 희극으로 둔갑시켰습니다.
2. 밤공기를 가르는 경쾌한 속삭임 모차르트
이러한 로코코 시대 귀족들의 화려한 파티와 사교계 모임에는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분위기를 돋우기 위한 배경 음악 세레나데입니다. 독일어로 소박한 밤의 음악이라는 뜻을 가진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는 귀족들의 야외 연회장이나 정원에서 가볍게 즐기기 위해 작곡된 실내악곡입니다.
첫 번째 악장은 힘차게 뛰어오르는 듯한 현악기의 도약으로 시작되어 듣는 순간 모두가 파티의 설렘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복잡한 철학적 메시지나 무거운 고뇌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마치 샴페인 잔이 부딪히는 소리처럼 경쾌하고 투명한 멜로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연인들의 달콤한 밀어와 춤사위를 연상시킵니다. 심각한 현실의 그림자는 철저히 배제하고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의 유희에 집중했던 프라고나르의 그림과 모차르트의 세레나데는 시대의 가벼움을 가장 아름답게 포장한 환상의 짝꿍입니다.
3. 도슨트의 감상 가이드 함께 보고 듣기
🎧 작품 감상 단계
첫 번째 모차르트의 현악 세레나데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의 첫 번째 악장을 유쾌하게 재생합니다.
두 번째 통통 튀는 바이올린의 멜로디에 맞춰 공중으로 허공을 가르는 그림 속 분홍빛 드레스의 율동감을 감상합니다. 현악기가 빚어내는 빠르고 우아한 템포가 그네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리듬과 찰떡처럼 맞아떨어집니다.
세 번째 음악이 살짝 느려지며 우아한 선율로 넘어가는 대목에서 수풀 속에 몸을 숨긴 채 뺨을 붉히고 있는 젊은 연인의 시선과 공중으로 날아가는 분홍색 구두 한 짝을 훔쳐봅니다. 낭만적이고 비밀스러운 사랑의 쾌락이 귀족적인 선율에 실려 한여름 밤의 달콤한 꿈처럼 다가올 것입니다.
🖼️ [명화 x 클래식] 시리즈
눈으로 보는 명화의 감동과 귀로 듣는 클래식의 전율.
[명화 x 클래식] 시리즈를 아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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