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x 클래식] Match.25 물 위에 뜬 꽃처럼,
밀레이 <오필리아> & 차이콥스키 <햄릿 서곡>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서 가장 가련한 여인, 오필리아.
연인에게 버림받고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미쳐 물에 빠져 죽은 그녀.
그 최후의 순간을 사진보다 더 정교하게 묘사한 존 에버렛 밀레이와
그녀의 비극적인 운명을 애절한 선율로 그려낸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죽음마저 예술로 승화시킨 두 거장의 만남을 소개합니다.

🎨 작품 정보
- • 그림: 존 에버렛 밀레이 - 오필리아 (1851-1852년 작, 테이트 브리튼 소장)
- • 음악: 차이콥스키 - 환상 서곡 <햄릿> Op.67 (1888년 작)
- • 키워드: #라파엘전파 #셰익스피어 #극사실주의 #비극미
1. 욕조 속에서 탄생한 걸작: 밀레이의 오필리아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의 창립 멤버인 존 에버렛 밀레이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아주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이 그림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 4막 7장에 나오는 "그녀는 찬송가를 부르며, 마치 물에서 태어난 인어처럼 떠 있었다"라는 구절을 완벽하게 시각화한 작품입니다.
오필리아는 물 위로 손을 벌린 채 멍한 눈빛으로 하늘을 응시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녀의 주변을 감싼 꽃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밀레이는 꽃말을 고려해 하나하나 정교하게 그려 넣었습니다. 버드나무(버림받은 사랑), 쐐기풀(고통), 데이지(순수), 제비꽃(충절/요절), 그리고 목에 걸린 양귀비(죽음)까지, 꽃들은 그녀의 비극적인 서사를 대변합니다.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모델이었던 엘리자베스 시달은 리얼한 묘사를 위해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몇 시간씩 누워 있어야 했습니다. 물을 데우던 램프가 꺼지는 바람에 그녀는 심한 독감에 걸렸고, 화가 난 그녀의 아버지가 밀레이에게 치료비를 청구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예술을 향한 화가와 모델의 독한 열정이 만들어낸 걸작입니다.
2. 햄릿의 고뇌와 오필리아의 눈물: 차이콥스키
차이콥스키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주제로 세 개의 환상 서곡(로미오와 줄리엣, 템페스트, 햄릿)을 남겼습니다. 그중 <햄릿>은 가장 어둡고 비극적인 색채가 짙은 곡입니다.
곡은 햄릿의 고뇌와 복수심을 상징하는 무겁고 격정적인 테마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곧이어 오보에가 연주하는 '오필리아의 테마'가 등장합니다. 가냘프고 애처로운 이 선율은 사랑하는 햄릿에게 거절당하고, 아버지마저 잃은 오필리아의 부서진 마음을 대변합니다.
음악 속에서 오필리아의 테마는 햄릿의 강렬한 테마에 휩쓸려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결국 서서히 잦아들며 사라집니다. 이는 강물에 휩쓸려 서서히 가라앉는 그림 속 오필리아의 최후와 완벽하게 겹쳐집니다.
3. 도슨트의 감상 가이드: 함께 보고 듣기
🎧 감상 포인트
Step 1. 차이콥스키의 '햄릿 환상 서곡' 중 '오필리아의 테마(중반부)'를 재생하세요. (유튜브 검색: Tchaikovsky Hamlet Overture Ophelia Theme)
Step 2. 애상적인 오보에 선율이 흐르면 그림 속 '오필리아의 텅 빈 눈동자'를 바라보세요. 미친 것이 아니라, 너무나 큰 슬픔에 영혼이 부서져 버린 여인의 고통이 느껴집니다.
Step 3. 선율이 현악기로 이어지며 부드럽게 흐를 때, 그녀의 손 주변에 떠 있는 '형형색색의 꽃들'을 하나씩 짚어보세요. 죽음의 순간조차 아름다워야 했던 낭만주의 예술의 미학을 시각과 청각으로 동시에 경험할 수 있습니다.
🖼️ [명화 x 클래식] 시리즈
눈으로 보는 명화의 감동과 귀로 듣는 클래식의 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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