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x 클래식] Match.49 핏빛 노을 아래 울려 퍼지는 내면의 비명
에드바르 뭉크 <절규> & 안토니오 비발디 <사계 중 여름 삼악장>
하늘이 핏빛으로 붉게 물든 어느 날 저녁 걷잡을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혀 두 귀를 막은 사람.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불안과 신경증을 극단적인 형태와 색채로 표현한 화가 에드바르 뭉크.
한여름의 평화를 단숨에 박살 내고 거침없이 쏟아지는 무자비한 폭풍우를 묘사한 안토니오 비발디.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영혼을 강하게 뒤흔드는 가장 파괴적이고 강렬한 예술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갑니다.

🎨 작품 정보
- • 그림: 에드바르 뭉크 - 절규 (천팔백구십삼년 작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미술관 소장)
- • 음악: 안토니오 비발디 -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여름 삼악장 프레스토
- • 감상 지점: 시각적인 왜곡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압박감과 휘몰아치는 현악기의 거친 속도감
1. 대자연을 관통하는 거대한 공포 에드바르 뭉크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표현주의의 거장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는 현대인의 억눌린 불안과 정신적인 공포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서양 미술사의 상징적인 걸작입니다 뭉크는 어느 날 해 질 녘 친구들과 함께 길을 걷다가 문득 하늘이 피처럼 붉게 물드는 것을 보고 자연을 뚫고 나오는 거대하고 끝없는 비명 소리를 들었다고 자신의 일기장에 고백했습니다 그림 속 중앙에는 해골처럼 앙상하고 기괴한 얼굴을 한 인물이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은 채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 없는 절규를 내뱉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인물이 지르는 비명 소리에 반응하여 주변의 모든 풍경이 일제히 왜곡되고 일그러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붉은색과 노란색이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섞인 하늘의 구름과 짙푸른 바다의 물결은 마치 인물의 입에서 터져 나온 끔찍한 음파가 대기를 뒤흔들며 퍼져나가는 듯한 강렬한 착시 현상을 일으킵니다 사물의 객관적인 형태나 색채는 완전히 무시되고 오직 화가 내면의 극심한 공포라는 주관적인 감정만이 캔버스 전체를 무자비하게 지배하고 있습니다 반면 인물의 뒤에서 묵묵히 걸어가는 두 명의 친구는 이 엄청난 혼돈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듯 아주 평온한 직선의 형태로 그려져 있어 그림 속 주인공이 겪는 철저한 고독과 단절감을 더욱 날카롭게 부각합니다
2. 맹렬하게 쏟아지는 파괴의 소나기 안토니오 비발디
뭉크가 화폭에 담아낸 이토록 폭발적이고 요동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청각적으로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는 음악은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의 거장 안토니오 비발디가 작곡한 사계 중 여름의 마지막 삼악장입니다 비발디는 이 곡의 악보에 하늘은 천둥을 울리고 번개를 치며 우박을 쏟아내어 무르익은 곡식들을 무참하게 베어버린다는 무시무시한 내용의 짧은 시를 직접 적어두었습니다
곡이 시작되자마자 바이올린을 비롯한 모든 현악기들이 맹렬한 속도로 쉴 새 없이 음표를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마치 한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를 단숨에 집어삼키는 거칠고 폭력적인 소나기와 번개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묘사한 것입니다 바이올린 독주자는 활이 끊어질 듯 격렬하게 현을 긁어내리며 대자연의 파괴적인 위력을 웅장한 선율로 증명합니다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고 몰아치는 엄청난 속도감과 날카로운 불협화음은 듣는 이의 심장 박동을 극도로 끌어올리며 숨 막히는 긴장감과 압박감을 팽팽하게 조성합니다 화려하지만 동시에 무자비한 이 현악기의 거센 폭풍우는 뭉크의 그림 속 하늘과 바다가 뿜어내는 붉고 푸른 광기의 소용돌이와 소름 돋을 정도로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3. 도슨트의 감상 가이드 함께 보고 듣기
🎧 작품 감상 단계
첫 번째 안토니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여름 삼악장 프레스토를 아주 크고 압도적인 음량으로 거침없이 재생합니다
두 번째 현악기들이 미친 듯이 하행하며 번개처럼 내리꽂히는 도입부의 강렬한 선율을 들으며 그림 상단에 일렁이는 핏빛 구름의 잔혹한 질감을 뚫어지게 바라봅니다 대자연이 쏟아내는 압도적인 폭력성과 그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의 원초적인 두려움이 음악과 미술의 완벽한 결합을 통해 피부를 찌르듯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세 번째 음악이 걷잡을 수 없는 광란의 속도로 질주하며 거대하게 폭발할 때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은 채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주인공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내면의 불안과 외부의 폭풍우가 하나로 엉켜 터져 나오는 이 위대한 절규의 순간은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의 가슴속에 억눌려 있던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을 통쾌하게 박살 내고 씻어내는 묘한 예술적 카타르시스를 선물할 것입니다
🖼️ [명화 x 클래식] 시리즈
눈으로 보는 명화의 감동과 귀로 듣는 클래식의 전율.
[명화 x 클래식] 시리즈를 아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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