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or MOVIE] #14. 해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욕망의 바다

"바다 안개 끼면 아무것도 안 보여. 그때부턴 미치는 거야."
망망대해 위 낡은 어선 '전진호'. 만선의 꿈을 안고 떠났지만 그들이 낚아 올린 것은 고기가 아니라 밀항자들이었다. 극단 연우무대의 창립 30주년 기념작인 이 연극은 실제 사건(제7태창호 사건)을 모티프로 인간의 밑바닥 본성을 끔찍할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냈다. 봉준호가 제작하고 심성보가 연출한 영화판은 이 비극을 더욱 거대하고 습한 지옥도로 완성했다.
안개(해무)는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도덕과 이성 그리고 인간성마저 가려버리는 거대한 커튼이다. 그 속에서 인간은 짐승이 된다.
📋 작품 정보
- • 원작: 연극 <해무> (김민정 작)
- • 영화: <해무> (2014)
- • 감독: 심성보 (제작 봉준호)
- • 출연: 김윤석, 박유천, 한예리, 이희준, 문성근
🎭 STAGE vs SCREEN : 갑판과 기관실
무대의 공포: 보이지 않는 바다
연극은 제한된 무대 위에 배의 갑판을 구현한다. 관객은 바다를 볼 수 없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음향 효과를 통해 끝없는 고립감을 느낀다. 좁은 공간에 갇힌 인물들의 광기는 관객의 숨통을 조여온다. 보이지 않기에 더 무서운 상상력의 공포다.
스크린의 질감: 피와 비린내
영화는 시각과 청각을 넘어 후각적인 불쾌감까지 전달하려 든다. 어창의 눅눅한 습기, 기관실의 기름 냄새, 그리고 피비린내가 스크린을 뚫고 나올 듯하다. 특히 김윤석(철주 선장 역)의 압도적인 연기는 배라는 공간 자체가 그에게는 절대적인 왕국이자 무덤임을 증명한다.
🎬 THE SCENE : 어창에서의 참극
가스가 누출되어 밀항자들이 떼죽음을 당한 어창. 그곳을 확인한 선원들이 시신을 훼손하여 바다에 버리는 시퀀스는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참혹한 장면 중 하나다. 생존을 위해 인간성을 포기하는 그 순간, 배는 더 이상 배가 아니라 지옥이 된다.
"안개가 걷히면 진실이 보일까. 아니, 남는 것은 부서진 인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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