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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or Movie

[PLAY or MOVIE] #12. 살인의 추억 : 논두렁에 버려진 진실을 찾아서

by 아키비스트 2026.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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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or MOVIE] #12. 살인의 추억

미치도록 잡고 싶었던 그날의 공기

"밥은 먹고 다니냐?"

화성 연쇄 살인 사건. 한국 현대사의 가장 깊은 트라우마. 김광림의 희곡 <날 보러 와요>는 범인을 잡지 못한 형사들의 피폐해진 내면을 기록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 무대 위의 기록을 80년대라는 시대의 공기로 확장했다. 범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지만 영화는 그 자체로 시대의 목격자가 되었다.

봉준호의 디테일과 송강호의 본능이 만난 이 지점에서 한국 스릴러 영화의 역사는 다시 쓰였다.

📋 작품 정보

  • • 원작: 연극 <날 보러 와요> (김광림 작)
  • • 영화: <살인의 추억> (2003)
  • • 감독: 봉준호
  • • 출연: 송강호, 김상경, 박해일

🎭 STAGE vs SCREEN : 밀실과 논두렁

무대의 밀도: 경찰서라는 감옥

연극 <날 보러 와요>는 주로 경찰서 형사과 사무실 안에서 진행된다. 용의자들이 들어오고 나가지만 형사들은 그곳을 벗어나지 못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형사들은 범인이 아닌 자신의 무능함과 싸우며 서서히 미쳐간다. 닫힌 공간이 주는 폐쇄 공포가 극의 핵심이다.

스크린의 미장센: 황금 들판의 아이러니

봉준호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논두렁으로 나갔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황금빛 들판에서 시체가 발견되는 아이러니. 어두운 취조실과 대비되는 한국의 목가적인 풍경은 비극을 더욱 극대화한다.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냐?"는 대사처럼 영화는 공간 전체를 80년대의 부조리한 사회로 확장했다.

🎬 THE SCENE : 카메라를 응시하는 눈

엔딩 장면에서 송강호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객석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 모를 범인과 눈을 마주치는 것. 이 제4의 벽을 깨는 시선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을 놓아주지 않는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추억의 시작이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지만 영화는 진실을 포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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