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or MOVIE] #77. 미스 줄리
제시카 차스테인의 치명적 몰락과 계급 전쟁

"내 발에 키스해. 이건 명령이야."
백야(White Nights)가 계속되는 하지 축제의 밤. 귀족 아가씨 줄리는 하인 존을 유혹하며 위험한 장난을 시작합니다. 19세기 스웨덴의 극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의 문제작을 배우 겸 감독 리브 울만은 1890년대 아일랜드의 대저택으로 옮겨왔습니다. 제시카 차스테인의 불안정한 광기와 콜린 파렐의 야망이 충돌하는 이 영화는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계급 전복과 성(性) 대결을 숨 막히게 그려냅니다.
고고한 척하지만 사랑을 갈구하는 주인과, 충직한 척하지만 신분 상승을 노리는 하인. 두 사람의 춤은 유혹으로 시작해 파멸로 끝납니다.
📋 작품 정보
- • 원작: 희곡 <Miss Julie>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 작)
- • 영화: <미스 줄리> (2014)
- • 감독: 리브 울만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페르소나)
- • 출연: 제시카 차스테인, 콜린 파렐, 사만다 모튼
🎭 STAGE vs SCREEN : 부엌이라는 감옥
무대의 폐쇄성: 하인들의 공간
원작 희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저택의 지하 부엌에서만 진행됩니다. 귀족인 줄리가 하인들의 공간인 부엌으로 내려온다는 것 자체가 이미 타락과 추락을 암시합니다. 무대 위 부엌은 탈출구 없는 밀실이 되어 두 남녀의 심리를 압박합니다.
스크린의 확장과 고립: 숲으로의 도주
영화는 부엌을 넘어 정원과 숲으로 공간을 확장하지만, 역설적으로 고립감은 더 커집니다. 광활한 숲속에서 길을 잃은 줄리의 모습은 그녀가 갈 곳 없는 처지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리브 울만 감독은 클로즈업을 통해 배우들의 미세한 떨림과 땀방울을 포착하며, 서로를 경멸하면서도 탐하는 모순적인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 THE SCENE : 새장과 도끼
도망치기로 결심한 줄리가 자신의 애완 새를 데려가려 하자, 존이 도끼로 새의 목을 내려치는 장면. 새의 죽음은 곧 줄리의 운명을 예고합니다. 존의 잔인함에 충격받은 줄리가 "피를 보고 싶어? 네 뇌수도 저렇게 널려 있으면 좋겠어!"라고 저주를 퍼붓는 모습은 귀족의 위엄이 완전히 무너지고 본능만 남은 짐승의 절규와 같습니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하지만 추락하는 순간만큼은 비행하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