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or MOVIE] #11. 왕의 남자
권력 위에서 춤추는 광대의 슬픔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
조선 시대의 가장 비극적인 왕 연산군. 그를 웃기고 울렸던 두 광대의 이야기. 김태웅의 희곡 <이(爾)>는 왕의 총애를 받는 광대 '공길'의 권력욕과 비애에 집중했다. 이준익 감독은 이 묵직한 정치 사극을 화려한 색채의 축제로 재탄생시켰다. 천만 관객 신화의 시작이자 한국형 팩션(Faction) 사극의 교과서다.
연극이 '말'로써 권력을 풍자했다면 영화는 '몸짓'과 '시선'으로 시대를 조롱한다. 줄 위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궁궐이나 저잣거리나 매한가지로 위태롭다.
📋 작품 정보
- • 원작: 연극 <이(爾)> (김태웅 작)
- • 영화: <왕의 남자> (2005)
- • 감독: 이준익
- • 출연: 감우성, 정진영, 이준기, 강성연
🎭 STAGE vs SCREEN : 공길의 시선
무대의 정치: 권력을 탐한 광대
원작 연극 <이>에서 공길은 훨씬 더 야망 있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미색과 재능을 이용해 권력의 정점에 서려 한다. 무대는 화려한 배경 대신 배우들의 밀도 높은 대사와 긴장감 넘치는 권력 암투에 집중한다. 연산군과 공길의 관계는 동성애적 코드보다는 지적인 동반자에 가깝게 묘사된다.
스크린의 서정: 자유를 원한 광대
영화는 장생(감우성)이라는 캐릭터의 비중을 높이며 드라마를 강화했다. 영화 속 공길(이준기)은 권력보다는 연민과 슬픔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화려한 의상과 사물놀이패의 신명 나는 리듬은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비극적인 결말과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 THE SCENE : 마지막 줄타기
반란군이 들이닥치는 순간 궁궐 지붕 위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줄타기. "내 다시 태어나면 광대로 태어날 것이다!"라고 외치며 허공으로 뛰어오르는 두 사람의 모습. 정지된 화면 위로 흐르는 음악은 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엔딩이었다.
"왕은 세상을 가졌으나 광대는 자유를 가졌다. 승자는 누구인가."
'Play or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PLAY or MOVIE] #13. 웰컴 투 동막골 : 전쟁도 멈추게 한 순수의 판타지 (0) | 2026.02.03 |
|---|---|
| [PLAY or MOVIE] #12. 살인의 추억 : 논두렁에 버려진 진실을 찾아서 (0) | 2026.02.03 |
| [PLAY or MOVIE] #10. 버드케이지 : 편견을 비웃는 가장 화려한 쇼 (0) | 2026.02.02 |
| [PLAY or MOVIE] #09. 펜스 : 울타리는 무엇을 막고 무엇을 가두는가 (0) | 2026.02.02 |
| [PLAY or MOVIE] #08. 글렌게리 글렌 로스 : 자본주의라는 정글의 야수들 (0) | 2026.02.02 |